세계여행 이야기

미국여행-우물안 개구리 탈출기

푸른솔~ 2013. 2. 1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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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안 개구리 탈출기 

- 미국 서부를 가다 -

 

세계를 향한 대항해의 시작

2003년 10월 21일 세계를 향한 나의 꿈이 열렸다.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그것도 미국이라는 큰 대륙으로 말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직장에서 여러 번 해외를 갈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주로 중국과 동남아 쪽인데다 한번가면 그다음 기회가 한참 뒤로 밀려지기에 그때마다 슬쩍 미루어오다 미국을 가게된 것이다. 마침내 세계일주 항해의 닻을 올리고 첫 출항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여권을 만들고 10년짜리 미국비자를 손에 쥔 순간은 너무도 벅찬 감동이었다. 더구나 911테러사건 이후 미국비자발급은 매우 까다로웠다.

    10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 끝에 하루를 후퇴하는 날짜선을 지나고 태평양을 건너 드디어 미주대륙이 눈에 들어왔을 때, 벅찬 가슴에 확 밀려오는 첫 느낌은 자유와 풍요였다. 그리고 여유였다. 이유는 모르겠다. 미 대륙이 왜 그렇게 느껴졌는지… 그냥 감동과 느낌이 그랬다. 어쩌면 첫 해외여행에 대한 설렘과 미국이라는 대선진국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여 입국심사대에 섰을 때는 입국도 못하고 그냥 돌아서지는 않나 불안에 떨기도 했다. 몸집이 크고 인상이 좀 구린 출입국관리원이 어찌나 입국심사를 까다롭게 하는지 영어실력이 최하인 나로서는 몹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줄을 잘못 선 것 같았다. 하필 인상이 좀 험한 출입국관리원 줄에 섰으니 말이다. 이후에는 그 점을 고려해서 출입국관리원의 인상을 살펴보고 줄을 서기로 했다. 잘만 서면 빠르고 쉽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인상이 좋다고, 또는 순하게 보이는 여직원이라고 쉬운 것도 아니고, 인상이 험하다고 까다로운 것도 아니었다. 복불복이라는 말처럼 사람 나름인 것 같았다. 그냥 신경 안 쓰고 줄이 짧은 쪽으로 서는 것이 가장 상책이고 현명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인상이 좋은 쪽으로 쏠리는 건 인지상정일까?

    다행히도 입국목적, 체류기간, 어디에 머물 것인지 등, 기본적인 영어를 미리 익혀간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통과할 수는 있었지만, 전 세계를 경악케 한 끔찍한 911테러사건을 생각해 볼 때 임국심사를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는 그들과 미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필 이럴 때 미국을 오다니…??)

    도통 알아듣기 힘든 원어민영어로 질문을 던지면서 눈을 위아래로 굴려 수차례 훑어보며 얼굴을 옆으로 돌려보라, 안경을 벗어보라는 등 여권과 비자와 내 얼굴을 꼼꼼히 대조하던 출입국관리원은 내 인상이 그런대로 믿음이 가고 좋았던지 결국 여권에 스탬프를 꽝! 찍어주고는 건네주었다. 휴~ 한숨이 절로 났다. 그런데 뒤가 좀 시끄러워 돌아보니 내 뒤에 오던 우리직원 한분이 벌벌 떨고 있었다. 살벌한 분위기와 험상궂은 출입국관리원 때문에 그만 주눅이 들어버린 모양이었다. 질문에 대답 한마디 못하고 얼굴이 벌게져 떨면서 당황하고 있자 수상하게 여긴 출입국관리원은 더 험한 얼굴로 미국에 뭐 하러 왔냐고 큰소리로 다그치고 있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자칫하면 어디로 끌고 갈 듯한 분위기까지 보였다. 다행히 우리 한국통역관을 부르게 되어 위기를 넘길 수는 있었지만 처음 당하는 일이어서 엄청 무서웠다. 어떤 면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당황하지 말고 침착해야 한다는 교훈을 절실하게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입국심사가 까다로운 국가를 여행할 때는 입국목적, 여행기간, 머물 장소(호텔) 등 기본적인 영어회화를 미리 익혀가는 것이 좋다. 잘 안되면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I need a Korean interpreter"(한국어 통역이 필요합니다.) 하고 우리 한국통역을 요청한다. 또 주변에 우리 한국 분들이 많이 있으니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설령 영어를 전혀 못한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조금 힘든 일이 생길 수는 있지만 결국 어떻게든 해결되기 때문이다. 중요한건 당황하지 말고 침착해야 한다. 요즘은 전자여권 등 시스템이 잘돼있고 심사가 많이 완화되어 별 어려움 없이 쉽게 입국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잘못해도 외국인을 보면 우리말보다는 굳이 영어로만 하려고 애쓰는 경향이 있다. 물론 우리말로 해봐야 알아듣지 못할 것이 뻔하다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영어에 아주 능통한 사람 말고는 그들과 눈만 마주쳐도 그만 당황하여 한마디도 내뱉지 못하고 마는 것이 우리나라 영어의 현실이다. 그토록 수년간 영어를 공부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일본이나 중국인들은 알아듣든지 말든지 당당하게 자기들 말로 한다. 알아들으면 좋고 못 알아들으면 말고 하는 식의 듣는 니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러면 그네들이 통역관이라도 불러다가 대화를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도 그렇지만 아예 우리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번쯤 깊이 생각해볼 자존심의 일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못 알아들어도 일본말인지 중국말인지는 금방 아는 모양이다. Are you Japanese?(일본사람 입니까?) Are you Chinese?(중국사람 입니까?) 하고 물으면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고 매우 친절하게 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한국말로 말하면 어디서 온 인종이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 하고는 그냥 지나간다. 그러니 아예 한국말로 말하지 않는 것이 속편하고 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중국과 일본은 세계 모르는 사람이 없고 어느 나라도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세계정상의 대열에 서있는 것이다. 은근히 화가 나면서도 부끄럽다.

    언젠가 지나친 영어교육 과열 때문에 이명박대통령이 오히려 세계 사람들이 우리 한국말을 배우고 쓰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영어교육 과열에 대한 문제를 우회적으로 말한 적이 있다. 현재로서는 불가능하지만 옳으신 말씀이다. 그렇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리고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그 안에서만 최고인양 으스댈 것이 아니라 세계 속에 우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공교육이 실종된 돈벌이에만 눈먼 비정상적이고도 망국적인 사교육과 쓸데없는 허세에 낭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에 한번 눈을 돌려보라.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우리의 위치는 어디쯤인지, 또 우리가 얼마나 작으며 대한민국을 모르는 세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알게 모르게 무시당하는 나라는 아닌지 말이다.

    라스베가스로 가는 모하비사막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중간쯤 휴게소 같은 한 작은 도시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어서 휴식도 취할 겸 점심을 먹으로 들어갔다. 제법 규모가 큰 식당이어서, 이정도면 미국에서 성공한 것 같아 사장님께 성공했다고 말했더니 비긋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미국에 온지 25년이 되었는데 사람대접을 안 해주니 못 살겠다고 한다. 백인우월주의가 강해서 멕시코 사람과 한인들을 무시하는데, 나라도 작고 한국을 잘 모르며, 알아도 힘없는 나라라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 중국인들은 부자가 많고 나라도 모르는 사람이 없이 힘 있는 대국이어서 무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어떤 한국인들은 일본어나 중국어를 배워서 아예 일본 또는 중국인 행세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슬프고 속이 많이 상했다. 체코와 헝가리에서도 삼성, 현대 간판이 보여 무척 기뻤는데 그곳 사람들이 삼성, 현대를 일본기업으로 알고 있다는 말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을 잘 모르니 잘 아는 일본기업으로 안 것일까? 어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가 살다가 영어강사로 온 어떤 분이 캐나다인 친구가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 있냐며 월드컵을 일본에서 개최했다고 우겨서 두들겨 패주었다는 말을 듣고 씁쓸한 적도 있었다. 쓰다보니 좀 속상한 얘기를 한 것 같다. 그래도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인천공항에서 오후6시 25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그곳시간 낮1시경 도착했다. 미국은 우리보다 하루가 늦기 때문에 다음날은 아니다. 공항에 마중 나온 가이드를 만나 점심을 먹은 후 곧바로 투어에 들어갔다.

    처음 밟은 미국 땅, 그 감회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우물안 개구리가 처음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TV에서나 보던 미국 땅을 실제로 밟았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어디 미국뿐이겠는가? 어느 곳이든 처음 해외여행이라면 누구든 그 기분과 감동을 아마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뒤에 비록 가까운 중국이었지만 첫 해외여행이었던 아내와 아이들도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들뜨고 좋아했으니까 말이다.

    시차적응 때문에 졸음이 쏟아질 만도 했지만 졸리지 않았다. 아니 졸아서도 안 되었다. 한 곳이라도 더 봐야하고, 가급적 어느 한 곳도 놓치지 말아야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언제 다시 이곳에 올수 있겠는가? 다시 오려면 그 비용이 얼만디 말이다. 나는 여행을 하면 눈을 감지 않는다. 그리고 졸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두 번 오기란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보고 느끼고 즐겨서 최소 본전은 뽑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여행하면서 졸거나 자는 사람은 정말 미련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서유럽을 간다기에 먼저 갔다 온 사람으로서 몇 가지 도움이 될만한 팁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다녀와서는 한다는 말이 “네미 다 뿌서진 건물이나 볼라고 쌩고생 하고 갔다왔나보네!  뭐 볼것 있다고, 다리만 아파서 혼났네.”하고 불평을 했다. 참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고 싶어도 비용이 만만치 않아 쉽게 갈수 없는 유럽을 다녀오고도 저렇게 말할 수 있다니… 역설적으로 여행에 대해 매우 시야가 넓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시야가 넓으면 그 엄청난 문화와 역사, 예술이 담긴, 마치 그 자체가 살아있는 박물관 같은 유럽을 다 부서진 건물로 말할 수 있을까? 하긴 유럽은 다리가 쑤실 만큼 많이 걸어야 하고, 2천년도 더된 고대 유적들은 대부분 무너지고 돌기둥 정도만 남아 있으니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천년 전의 그 현장에, 그 돌 위에 자신이 서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감흥은 어떠할까? 여행에 대해 즐거움과 어떤 의미를 찾으려면 미리 그곳의 역사나 문화를 알고가면 좋다. 그리고 ‘르네상스를 찾아서’ ‘세계음악가를 찾아서’ ‘세계박물관을 찾아서’ 등 역사와 문화, 예술, 건축 등 장르별 어떤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따라 가보는 테마여행이 좋다. 그러면 어느 곳을 가든, 혹 고생이 될지라도 즐겁고 의미 있는 참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제가 없으면 생고생 아니면 남에게 자랑하기위한 허세나 의미 없는 여행이 되어버릴 수 있다.


    여행일정을 보고 미리 필요한 정보를 어느 정도 머리에 담고 온 나는 눈으로 확인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달력에서나 보던 금문교, 영화 ‘더 록’에서 본 알카트라즈 감옥, 말 타고 끝없이 달리고 싶은 서부영화의 한 장면 같은 황량한 서부사막, 미국제2의 공원 요세미티국립공원, 환상과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가스,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 했던 사실 이것 때문에 미국을 가려고 했던 그랜드캐년,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와 영화의 메카 허리우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그리고 어릴 적 꿈에 그리던 디즈니랜드 등 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었다.

 

금문교가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언덕이 많고 스페인풍이 물씬 나는 샌프란시스코는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도시이다. 가이드가 추억의 팝송 샌프란시스코를 틀어주었다. 존 필립스가 만들고 스코트 맥캔지라는 사람이 불렀다고 하는데, 처음에 그는 은행원으로 일하며 아마추어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 투어에 잘 어울리는 팝송이었다.

    이것을 보지 않고는 샌프란시스코를 봤다고 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세계에서 단일경간(다리 지주에서 지주까지)으로는 가장 길고 아름답다는 1937년에 완공된 2,737m의 금문교를 보기위해서 베이크루즈라는 유람선을 탔다. 선착장에 수백 마리의 물개들이 때를 지어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는데, 대도시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매우 이색적이었다. 때마침 안개가 너무 짙게 끼어 금문교를 제대로 볼 수가 없어서 탄식하며 실망했다. 하, 여기까지 와서 저 멋있는 금문교를 볼 수없다니! 그러나 그것은 성급한 착각이었다. 갑자기 안개가 순식간에 걷히더니 파란 물결위로 붉은 색 금문교가 그 멋지고 아름다운 위용을 드러낸 것이다. 그때 지른 탄성은 잊을 수가 없다. 샌프란시스코는 안개가 잦아 하루에도 수차례 끼었다 걷혔다 한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지금은 사용안하는 영화 '더 록'에 나오는 알카트라즈 감옥을 배위에서 구경했다. 악명 그대로 정말 탈출이란 꿈도 꿀 수없는 바다 가운데 작은 섬 전체에 만들어진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감옥이었다.

    높은 빌딩으로 숲을 이룬 금융회사 지역과 부티나 보이는 차이나타운, 그리고 동성연애자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유명한 카스트로 지역 등 시내투어를 했다. 건물에 무지개깃발이 있으면 바로 동성연애자들이 사는 곳이라고 했다. 금문교를 건너 전망대에서 저 멀리 샌프란시스코를 바라보니, 언제 또 끼었는지 빌딩 숲 아래로 안개가 짙게 깔려있어 마치 하얀 구름위에 떠있는 환상의 공중도시를 보는 듯 했다.

       

 

거대한 화강암이 압도하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스코틀랜드인 존 무어가 발견하고 189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미국제2의 공원 요세미티는 거대한 화강암이 압도적이다. 총면적 3,081㎢나 되는 넓은 면적에 나무둘레가 어른 팔 다섯은 넘어 보이는 커다란 원시나무와 수많은 종류의 식물들, 그리고 야생동물들의 천국과도 같은 천혜의 공원은 변화무쌍한 대자연의 보고였다. 그러나 총 낙차가 무려 728m나 되는 요세미티폭포의 장관을 그만 물이 말라버려 볼 수가 없어 너무 아쉬웠다. 하얀 물기둥이 바위 꼭대기에서부터 우렁차게 떨어지는 폭포를 사진으로 보니 더 아쉬웠다. 한 가지 잠시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화장실이다. 선진국인 만큼 화장실은 그 어느 나라 못지않게 깨끗하고 시설이 잘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들어간 순간, 급하지만 않았다면 그냥 나오고 싶었다. 으윽, 세상에 이런 나라에서 재래식이라니!?… 이해가 가지 않아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자연보호를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해놨단다. 화장실을 불편하게 해놔야 사람들이 안 오고, 사람들이 안 오면 그만큼 자연이 보존된단다. 와도 불편하면 사용하지 말고 참았다가 나가서 보든지, 아니면 오기 전에 미리 화장실을 보고 오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전혀 불편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금은 아니러니 했지만 사람보다는 자연을 먼저 사랑하고 생태보호를 먼저 생각하는 그들의 의식이, 사람위주로 깨끗한 화장실과 쓰레기통까지 설치해주는, 뿐만 아니라 조금만 불편해도 참지 못하는 우리나라보다는 한수 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좀 불편한거야 조금 참으면 되지만 자연이 훼손되고 생태환경이 파괴되면 결국 사람에게 더 큰 해가 온다는 것을 그들은 더 멀리 내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캘리포니아 최대의 농업도시 프레즈노

수 시간을 달려도 농장만 보인다. 포도밭이 보이면 계속 포도밭만 보이고, 오렌지 밭이 보이면 계속 오렌지 밭만 보인다. 그러다 아몬드 밭이 보이면 또 계속 아몬드 밭만 보였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되면서 끝이 없어 도대체 농장의 크기가 얼마인지 가늠이 안 되었다. 중간에 오두막처럼 생긴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그 곳에서 생산되는 과일들을 먹어보았다. 오렌지가 얼마나 달고 맛있던지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내생에 그런 오렌지는 먹어보지도 못했고 앞으로도 여기에 다시 오기 전에는 먹어보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에서 바로 딴 노랗게 잘 익은 크고도 탐스러운 오렌지는 우리나라에서는 구경도 못할 오리지널 그대로였다. 또 포도밭이 얼마나 크면 미처 수확하지 못한 포도가 말라버려서 그 마른 포도를 우연히 먹어봤다가 너무도 달고 맛이 있어서 그 유명한 캘리포니아 건포도가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가이드가 아몬드 밭을 가리키며 한 그루에서 순수익이 얼마일 것 갔냐고 물었다. 대답을 못하자 8달러 정도라고 했다. 아니 세상에 나무하나에 겨우 8달러?… 에게게 하며 설마? 하고 의아해 하는데, 저 농장에 아몬드나무가 몇 그루일 것 갔냐고 또 물었다. 짐작할 수가 없어 가만히 있었더니 무려 10만그루가 넘는다고 했다. 순간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8곱하기10만… 80만 달러??!!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수 시간을 달렸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는 그 큰 농장에 사람하나 보이지가 않는다. 모두 컴퓨터로 자동화 농사를 짓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니 사람의 손이 많이 들어가고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하는 우리와 경쟁력에서 게임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비가 잘 오지 않는 메마른 땅에 나무들 하나하나마다 일일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물이 자동으로 공급되고 있는 것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다. 심지어 고속도로 옆 잔디까지도 스프링클러로 물을 공급하여 파랗게 가꾸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기술과 노력이 아닐 수가 없었다.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가스

카지노하면 라스베가스를 떠올린다. 도박으로 너무 유명하기 때문이리라. 미국에 간다고 하니까 누군가 라스베가스에 가면 한탕 대박내고 오라고 했다. 그러나 카지노에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워낙 문외한이라 어떻게 하는 줄을 몰라 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가이드가 여기까지 와서 그냥가면 후회한다고 쬐끔만 가지고 한번 체험해보라고 해서 가르쳐 준대로 해봤는데, 중간쯤 갑자기 무엇인가 한 줄로 일치되는 아주 기분 좋은 소리가 띠리릭! 하고 들리더니 그릇에 와르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어찌나 좋던지 나도 모르게 머리뚜껑이 열리는 듯한 쾌감을 만끽했다. 너무 재미있었다. 바로 이 기분이 도박에 중독을 주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투입한 코인이 워낙 적고 배수가 적어 금액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크게 한번 해보는 건데.(??매우 위험한 생각!!)… 즐길 시간을 조금 더 벌긴 했지만 결국 딴 것까지 모두 머신에 기부하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박의 종말은 대박이 아니라 반드시 쪽박이라는 교훈을 잊지 말자.

       

    라스베가스는 모하비 사막을 통과하여 바스토우를 거쳐 저녁쯤 도착했다. 거의 하루를 달렸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은 서부영화를 연상케 하면서 악당을 추적하는 정의의 총잡이가 되게 했다. 붉은 사막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유난히 까맣게 돋보이는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도로 가장자리에 낮게 철망울타리가 죽 설치되어 있어 물으니 도로로 뛰어드는 동물들을 보호하는 철망이라고 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세심한 배려를 볼 수가 있었다.

    낮에는 사막 한가운데 황량한 회색 콘크리트 도시로 보이던 라스베가스는 밤이 되자 희한 찬란한 환상과 환락의 도시로 변했다. 여기저기 비쳐지는 형형색색의 조명 속에 건물들은 화려한 매혹의 여인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정말 전 세계를 유혹하기에 손색이 없어 보였다. 춤과 의상 등 TV에서 화려하기만 했던 쥬빌리쇼는 막상 눈으로 보니 시대가 변해서인지 생각보다는 감흥이 덜했다. 그래도 말로만 들었던 라스베가스를 여기저기 직접 다녀보고 체험할 수 있다는 감동은 그 하나만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이것 때문에 미국을 가려고 했던 그랜드캐년

세계 7대불가사의 중에 하나라고 하는 그랜드캐년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대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표현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어불성설일 것 같다. 4억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콜로라도 강의 급류가 만들어낸 대협곡은 446km에 걸쳐 펼쳐져 있고, 높이가 해발 2,133m에 이른다. 더욱 신비로운 것은 평지가 깎이고 패여서 만들어진 협곡이다. 하늘에서 보면 넓은 평지에 땅이 툭 꺼져버린 듯 협곡이 움푹 패여 있다. 지금도 콜로라도 강은 계속 협곡을 깎아내고 있다고 하니 자연의 힘이 경이롭고 신비할 뿐이다. 협곡아래 콜로라도 강까지 내려가는 투어가 있는데 협곡의 깊이가 무려 1,600m로 당나귀를 타고 8시간이나 걸린다고 했다.

       

    라스베가스에서 그랜드캐년까지는 경비행기로 약1시간 정도 걸렸다. 왕복운임이 너무 비싸 타지 않으려고 했다가, 버스로 가는데 만 6시간이나 걸린다며 타는 것이 시간도 절약하고 경치가 너무 좋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탄 것인데, 하늘로 붕 날아오르는 순간 정말 타지 않았으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도 장엄한 장관이 비경과 함께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사막의 평지에 깊게 패인 협곡에 이름도 예쁜 콜로라도 강이 뱀처럼 굽이굽이 흐르고 있었고 대협곡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중간쯤 콜로라도 강을 막아 만든 거대한 후버댐이 당당하게 버티고 있었다. 1936년도에 완공한 높이 221.4m, 길이 379m, 연간전력생산 42억kw의 후버댐은 미국서부의 젖줄이자 원동력이었다.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 같은 12인승 경비행기의 스릴은 감동과 함께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그랜드캐년은 날씨변화가 심하고 안개 때문에 제대로 볼 수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날씨가 너무 맑고 깨끗해서 시간이 그대로 멈추었으면 했다.                    


콜로라도의 달 밝은 밤 라플린

그랜드캐년에서 로스앤젤레스를 향해 가는 길에 네바다주의 최남단에 위치한 라플린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그곳에 들러 하루를 묵었다. 네바다사막을 흐르는 콜로라도 강가에 자리 잡은 이 작고 예쁜 도시 또한 라스베가스와 비슷한 카지노와 휴양의 도시다. 무엇보다도 콜로라도 강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담글 수 있어서 감회가 컸다. 여건만 좋다면 풍덩 뛰어들어 수영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랜드캐년에서는 강물이 좀 흙탕물처럼 보였는데 이곳에서는 매우 푸르고 맑았다. 강가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집과 가족들이 절로 생각났다. 쏟아질듯이 하늘에 꽉 찬 별과 하얀 달빛에 어린 콜로라도 강은 더욱 운치와 낭만이 있었다. 어디선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미국민요 ‘콜로라도의 달 밝은 밤에'가 기타소리와 함께 애잔히 들려오는 것 같아 먼 이국땅에서 우수에 젖게 했다.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

로스앤젤레스는 스페인어로 천사의 도시라는 뜻이다. 미국의 제2도시로 인구가 많고 복잡하며, 대지진과 끔찍한 흑인폭동이 일어난 적도 있어 천사라는 말이 조금 그랬지만, 초기에는 천사라는 말에 걸맞게 일년 내 온화한 기후와 풍족한 자원 등 살기 좋은 아름다운 도시였을 것이다. 영화의 메카인 허리우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을 하는 코닥극장 앞에는 역대 유명한 스타들의 싸인과 손도장이 새겨진 바닥이 있었는데, TV로만 봤던 현장을 눈으로 보고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깊었다.

    L.A(로스앤젤레스)의 밤은 무서웠다. 가이드가 겁을 많이 주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밤에 무척 조심해야한다고 했다. 대부분 상점들이 일찍 문을 닫고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으며, 마약하는 청소년들이나 불량배들이 총이나 흉기를 가지고 갑자기 아무나 공격하기 때문에 혼자 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호텔에서 한 300여 미터 떨어진 주유소에 슈퍼가 하나 있었다. 주유소 내 슈퍼는 24시간 운영한다. 슈퍼에 갈일이 생겼지만 겁이 나서 갈 엄두를 못 냈다. 그러다가 “설마, 선진국인데 그렇게까지? 아마 밤에 나갔다가 문제생기면 골치 아프니까 일부러 겁을 준걸거야.” 하고 가이드의 경고를 무시하고 말았다. 그래도 겁은 나서 제발 그런 애들 만나지 말기를 빌면서 필요한 것을 사가지고 오는데, 사람이 한명도 보이지 않는 거리에 저 앞에 정말 불량하게 보이는 서너 명의 남자애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잠바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것이 꼭 총을 겨누고 있는 것 같아 겁이 덜컥 났다. 거기다가 함께 간 직원이 자꾸만 내 뒤로 몸을 감추니 더 겁이 났다. 슬금슬금 한쪽으로 걸으며 눈치를 보는데 그중에 좀 어려보이는 한 녀석이 우리 옆을 가까이 지나다 갑자기 펄쩍 점프를 했다. 그 바람에 어찌나 겁이 났던지 호텔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숨이 찼다.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지레 겁을 먹은 것 같았다. 그러나 밤에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예쁜 이름 산타모니카 

산타모니카는 예쁜 이름처럼 해변이 아름답고 서반아의 이국적인 낭만이 넘쳤다.  최대의 번화가 서드 스트리트 프롬나드 거리에는 저마다의 연주, 힙합 등 갖가지 흥미 있는 아마추어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자유와 여유와 열정과 풍요가 넘쳤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시내를 탐방하고 있는데, 몸에 생리적인 신호가 왔다. 가까운 빌딩 화장실을 찾아 일을 보고 나오니 물이 몹시 먹고 싶었다. 식수대처럼 생긴 곳이 있어 한 모금 마시려는데, 미국에서는 직접 사먹는 생수 말고는 다른 물은 절대 마시면 안 된다는 가이드의 심심당부 주의사항이 생각났다. 그러나 “이렇게 깨끗한데 설마 무슨 일이 있을라고?” 하고 또 그만 가이드의 경고를 무시하고 말았다. 다행히 큰 낭패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다음은 쓰고 싶지 않다. 일반 물에는 석회함유가 많아서 마시면 금방 밑으로 쏟는다고 했다. 설마가 또 사람을 잡은 것이다. 

      

   

꿈의 동산 디즈니랜드

어릴 때 디즈니만화영화는 정말 재미있는 TV프로였다. 모험의 신비를 맛보게 하고 꿈을 심어주는 만화영화와 신나는 놀이동산의 본고장인 디즈니를 구경한다는 것은 참으로 벅찬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어릴 때 얼마나 동경했던 곳인가? 일주열차를 타고 랜드 한바퀴를 돌고, 여러 가지 놀이기구도 타면서 동심에 흠뻑 빠졌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남동쪽으로 43km 떨어진 애너하임시에 위치한 디즈니랜드는 세계최대 테마파크로서 1955년 월트디즈니라는 분이 만들었다.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과 꿈과 신비의 모험을 심어준 환상의 랜드 디즈니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세계의 거인 미국

미국이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중심에 선 국가임에는 틀림없다. 200여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도 그들은 어떻게 그런 거인을 만들었을까? 그것도 단일민족이 아닌 여기저기서 모인 다민족이 말이다. 미주대륙에서의 첫 느낌은 자유와 풍요였다. 후에도 그 자유와 풍요를 계속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미국을 떠나면서 한없는 아쉬움을 뒤로해야 했다. 보이지 않을 때까지 비행기 창밖으로 그 거인의 대륙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여행 내내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혼자만 이 감동을 느끼게 된 것과 좀더 일찍 세계여행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상기하며, “우리가족 세계일주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고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푸른솔의 세계일주 이야기는 계속됩니다....